Notes

두번째 생각: 인생회고 & 반복적으로 겪는 노잼시기

엘레나림 2019. 7. 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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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_02

 

약 30년을 살아보니 반복적으로 내가 겪는 문제들이 어떤 것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에 앞서 간략하게 인생을 회고 해보자면,

10대 때는 이것저것 다하고 싶은데 결정을 못하고 끈기도 없어서 방황했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이런저런 힘든 일도 겪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재수, 삼수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여러 과목 공부를 그렇게 끈기있게 하지 못했었고, 오래보는 시험에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이라 수능 때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원하는 과도 딱히 없었으니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이 없기도 했다.

 

수학, 물리같은 순수 학문을 좋아했는데 건축, 그래픽적인 것도 관심있고 컴퓨터로 이것 저것 툴 다뤄보는 것에도 흥미가 있어서 컴퓨터 전공, 정확히는 정보통신공학과로 입학했다.

사실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앞만 보고 갔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거 다 놀고, 연애도 하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싶은 쪽으로 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때는 어떤 것도 포기하기 싫었어서 알바도 야무지게 하면서 시간 쪼개서 쓰고 플래너도 열심히 쓰고 그랬었다. 대학생활 꽤나 핵잼이었지.

또 다행히 컴퓨터전공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었고. 

 

근데 졸업반이 되면서 이 분야로 취업을 하는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거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공은 참 잘 선택했다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정말 이쪽으로 가길 원하는 걸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좀 더 구체적인 고민으로 들어가자면, )

- 벌써 20대 중반이니까 빨리 진로를 결정해서 정착해야되는데..

- 노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내가 컴퓨터만 바라보면서 하루 8시간을 일할 수 있을까?

-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사람들은 쎄고 쎘는데 내가 이 분야에서 인정받으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 컴퓨터 전공이라 해도 분야가 너무너무 다양한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이런 고민들이 뒤엉켜서 대입 준비하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진 상태였고. 졸업논문도 쓰기 싫고, 방학 때 프로젝트 합숙했던 것도 잘해내지 못했고, 남는 결과물도 딱히 없으니까 허무해져버리고....

뚜렷한 장기 목표없이 단기 목표만 보고 달려왔던 대학생이 마주한 처참한 현실.

 

그래도 돈은 벌어야하니까 마음을 다잡아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못한 채)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다녔다.

한번은 어떤 회사에서 놈코어 스타일에 일본인 느낌이 드는 독특하신 분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셨었는데, 면접장에서 처음으로 "이 사람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게도 그 분도 내 잠재력을 좋게 봐주셨었다.

 

그 회사가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나의 첫 회사다. 

초반에는 역시나 또 엄청난 의욕으로 회사 일에 달려들었다. 야근, 철야 마다하지않고 일을 배우고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하는 만큼 인정해주고 더 열심히 하게끔 만들어주는 분위기였고, 사람들도 너무너무 좋았다. 같이 여행도 가고, 집에 놀러가고, 맛있는 거 해먹고, 회사에서 파티도 많이 하고, 외국계회사다 보니 외국인들도 만나보고 외국문화도 접해보고. 지금 생각해보면 고맙고 좋은 추억들이 많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내 20대의 중후반을 이 회사에서 보냈다.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신입에서, 역시 사회생활은 줄을 잘타야지 라며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4년차 사원이 되었다.

그동안 나에게 영향력을 끼쳤던 능력있는 동료들도 많이 떠나갔다. 내쳐진 분들도 있고, 무능력한데 사회생활만 잘해서 살아남은 분들도 있고.... (아쉽게도 오히려 능력좋은 사람은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거 같다.)

처음과 상반된 분위기인, 현재는 "이 사람이랑은 진짜 같이 일하기 싫다!" 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만 남아있다.

이렇게 빵꾸(?)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안좋아지다보니 프로젝트도 이제는 다 빠져버린 듯하다.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고, 또 다시 나한테 허무함이 찾아왔다. 

그래서 뭐할거지? 목표가 뭐니?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나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역시나 3년간 뚜렷한 목표없이 그저 그때그때 배우는 재미에, 흥미 따라, 사람 따라 일해왔던거다.

그러다보니 상황에 쉽게 휩쓸리고 환경 탓을 해버리게되고 단기 목표가 사라져버리면 불안해져버리는...

2년째부터 계속된 악순환이었다.

물론 운이 안좋았고 제대로된 사수도 없고 신입 개발자로 좋지 못한 환경이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맘대로 눈치안보고 다닐 수 있는게 장점이다 라며 이 회사에 남아있기로 한 것도 내가 선택한 거 아닌가. 

 

이제는 노잼시기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짜 내가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걸 찾자!

흐릿하게 생각만 해온 것들을 모아서 뚜렷한 인생의 목표를 그리는 것!!!!

그것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뤄나가자! 실천하자!

무엇보다도 나를 믿으면서!!!!!!!!! 생각대로 마음먹은대로 살아버리자 인생~